○…승복을 입었으나 탈속하지 못하는 스님. 성(聖)과 속(俗)의 경계선 위에 놓여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 극단 신협의 50주년 기념극 ‘첫날밤 보름달’(우봉규 작·최강지 연출)은 그 ‘경계인’의 애처로운 모습을 형상화한다. 10여년전 이성으로 사랑했던 여동생이 시퍼런 칼 한자루를 품고 찾아온다. 술집 작부로 몸을 망친 동생. 그 앞에서 부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공허하고 염주알을 굴리는 그의 손마디는 떨린다. 왜 그는 부처와 인간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까. 연출가 최강지는 “마음속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과 영원한 방황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스님역을 맡은 박재황의 전라(全裸)연기를 놓고 이를 설정한 작가와 연출자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다는 후문. 그러나 정작 박재황 본인은 흔쾌히 승락했다고. 28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토 일 공휴일 오후 3시 7시반(화 공연없음).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소극장 02―762―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