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민족이 태평성대를 이루며 사는 평화로운 땅. 어느날 들이닥친 잿빛귀신들 때문에 병과 근심이 끊이질 않는다. 힘겹게 살던 백성들은 신(神)들이 전해준 네개의 신묘한 악기를 알게 되는데…. 20년째를 맞은 사물놀이가 연극의 옷을 입었다. 1일 시작돼 9일까지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콘서트라마(콘서트+드라마) ‘사물이야기’. 극적인 요소와 춤, 재치있는 의상, 기발한 연출 등이 더해져 한국적인 소리극의 전형을 탐구해낸다. 평화로운 생활을 묘사하는 1부에서는 대야, 가마솥, 어린이의 줄넘기 등 생활속의 소리가 그대로 장단이 된다. 귀신세상인 2부에 이어 3부에서는 악기소리를 입으로 읊는 구음(口音)장단이 흥겨운 분위기를 엮어내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사물놀이 합주가 등장, 웅장한 소리를 이뤄낸다. 음악감독 김덕수는 “음양오행의 법칙을 통해 사물악기와 인간 각 부분의 관계를 설명하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잿빛귀신이 잿빛옷을 집어던지고 백성들 속에 섞이는 것은 환경문제 등 오늘날의 문제를 외래적인 것으로만 돌리지 않고 ‘내 안의 것을 스스로 정화한다’는 자정(自淨)정신과 화합의 한마음을 나타낸다는 설명. 김동원의 창작동화를 토대로 연극평론가 구히서가 대본을 쓰고 강영걸이 연출을 맡았다. 한울림예술단과 가무악단 30여명이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 평일 오후 7시반. 토 일 오후 4시, 7시반. 02―743―6683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