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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신석호/정치자금 「檢-辯 설전」

입력 | 1998-02-02 19:38:00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에게서 5천만원을 받은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의원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2일 서울지법 318호 법정. 정치인의 자금수수 관행과 의식의 ‘구조조정’을 화두로 검찰과 변호인간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안종택(安鍾澤)검사는 구형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안검사는 “가계와 기업의 살림살이 등 모든 것이 구조조정되는 이 시점에서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핑계로 여기저기서 거액을 받아 챙기는 나쁜 관행과 의식도 구조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론은 안검사의 ‘구조조정론’을 반박하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김피고인의 변호에는 과거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한승헌(韓勝憲)변호사 등 4명이 나섰다. 변화석(邊和錫)변호사는 “당시 김의원은 김대중(金大中)총재로부터 ‘홀로서기’를 하고 있던 거물 정치인이었고 정씨는 수조원을 주무르던 기업가였다”며 “이들 사이에 5천만원은 그다지 많지 않은 정치자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20년 전 김의원이 정권의 탄압으로 군사재판을 받을 때도 그를 변호했던 한변호사도 거들고 나섰다. “김의원은 구린 돈을 받지 않는 정직한 정치인입니다. 그는 도움받은 돈으로 결코 사익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을 돕기 위해 문방구와 식당 가스장사를 하는 등 갖은 고생을 했지만 아직 5억여원의 빚이 있습니다.” ‘김의원은 무죄’라는 한변호사의 변론은 과거 양심수에 대한 변론처럼 들렸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구시대의 정치자금 문제를 앞으로도 ‘관행’으로 묻어두고 지나가야 할 것인가, 그런 ‘탈법 의식’으로 21세기를 선도하는 정치가 가능할 것인가 기자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