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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KBS1 「긴급구조 119」

입력 | 1998-02-03 07:22:00


“다치지 않고 사고(事故)를 내야 할텐데….” 별 희한한 걱정도 다 있다 싶지만 KBS 1TV의 ‘긴급구조 119’(수 오후7.35)를 만드는 PD들의 머릿속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고민이다. 1회 방송마다 3,4건 등장하는 사고는 이 프로의 ‘주인공’이다. 5명의 PD는 다시 한번 ‘사고를 내고’, 실제사고당시출동했던 119구조대를 출연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독수리 5형제’. 이들을 언제나 괴롭히는 것은 제작을 가로막는 ‘진짜 사고’다. 김철수차장은 “특수효과기술 수준이 낮아 실제 사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재연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렇게 ‘진짜 상황’이 발생하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져 제작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라고 들려준다. 지난해 말 설악산에서 발생한 조난사고를 재연할 때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위해 강폭기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진짜 눈보라’가 부는 바람에 되레 촬영이 어려워져 온갖 장비를 철수하고 제작을 미뤄야 했다. 화재사고장면을 찍을 때는 불이 필요한 만큼만 ‘나주질 않고’ 합판으로 지은 세트를 몽땅 태워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 2년전에는 촬영도중에 진짜 화재가 발생, 카메라맨이 크게 다치는 대형 사고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출연자들의 안전이다. 자동차사고를 재연할 때에도 좌석을 모두 묶고 안전점검을 하고 또 한다. 그래도 감수해야 할 고생은 줄어들지 않는 탓에 ‘긴급구조 119’는 연기자들이 출연을 꺼리는 대표적인 ‘3D 프로’가 돼버렸다. 지난 여름 설악산 폭포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재연할 때는 폭포속에서 2시간 동안 피아노선에 매달려있어야 했던 연기자가 “두번 다시 안하겠다”며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119가 널리 알려지다 보니 ‘이색 구조’도 갈수록 늘어난다. 경기도의 한 목장에서 촬영했던 물에 빠진 송아지 구조작전. “걔가 어릴 때부터 말썽을 많이 부렸어요”하는 주인의 속상해 하는 표정과 “신고를 받고 출동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당황했습니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구조대원이 제작진을 웃겼다. ‘희귀한 사고’를 제작할 때면 촬영장비도 희귀해질 수밖에 없다. 귀에 바퀴벌레가 들어간 사고를 재연하기 위해 귀 모형을 만들어 바퀴벌레를 집어넣은 뒤 내시경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하기도 했다. ‘긴급구조 119’는 94년 10월부터 방송되면서 평균 25%의 시청률을 올리며 가족 프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방송의 역효과도 PD들에게는 고민이다. 산에서 다리를 조금 다쳐도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해 ‘헬기를 보내달라’고 떼쓰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PD들을 뿌듯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사고 많은 이 땅에서 긴급구조체계를 확립하는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다. 그러면서 잊지 않고 붙이는 한마디. “시청자여러분,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