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석자를 걸고 반드시 재벌개혁을 이뤄내겠다. 내가 있는 한 믿어 달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국노총을 방문, 박인상(朴仁相)위원장 등 노총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렇게 읍소(泣訴)했다. 박총재는 “기업들이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침몰하게 된다. 박태준의 명예를 걸고 하겠다”며 재벌개혁의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에 관한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여기에서 처음 밝히는 얘기”라는 토를 달았다. 그동안 ‘소리 나지 않게’ 재벌개혁을 추진해 온 박총재의 이같은 태도는 노사정(勞使政)협의가 난관에 부닥치자 재벌개혁의 책임을 위임받은 입장에서 분명한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사정 합의의 관건인 노동계의 협조여부가 재벌개혁의 강도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정책이 후퇴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대해 “지금 손발이 잘 맞고 있다. 일부에서 시기에 맞지 않는 내용을 발표해서 언론의 매를 맞고 있다”며 오해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박총재는 또 실업대책과 관련, “앞으로 IMF와의 협상에서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려 실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총측은 “무기없는 노동자를 탱크로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자를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지만 간담회를 마친 뒤 2일 불참했던 노사정 기초위원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