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이 맞닿아 있다는 입춘(立春). 산정(山頂)의 ‘흰’ 이마는 아직 차고 시린데, 옛사람들은 이날 보리뿌리를 캤다. 봄기운으로 살큼 벌어지는 하늘과 땅의 틈새를 엿보듯.
해동천(解冬天)이라. 겨울하늘이 마냥 곱다. 눈은 산 위에서 내리고 봄은 저 아래 들녘에서 온다던가. 산기슭을 적시는 햇살. 숨소리가 고르다. 계곡의 얼음비늘도 봄의 체온에 볼을 부비는 듯.
하지만, 겨울을 아프지 않은 봄이 어디 있으랴. 어느 시인의 말대로, 한겨울의 품 속에서 서럽게 서럽게 커온 봄. 기억하라. 이 봄이 오기까지 제 언 살 터져가며 씨알의 뿌리에 젖 물려온, 그 참혹했던 겨울 사랑을….
더러는 맑고 더러는 눈. 아침 영하10도∼영상1도, 낮 영하3도∼영상8도.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