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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한진수/문화로 IMF를 넘자

입력 | 1998-02-03 20:28:00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는 문화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종이값 50%, 원고 인화용 필름값 100% 인상 등 신문도 출판도 어려운 상황이다. 휴간이나 정간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월간, 계간지들이 적지 않고 책값도 오를 전망이다. 그뿐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들이 벌였던 각종 영화제 등도 일시 중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도 일고 있다. IMF는 문화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IMF는 문화의 유행도 바꿨다. ‘불효자는 웁니다’ ‘눈물 젖은 두만강’ ‘눈물의 여왕 전옥’ ‘육남매’등 복고풍이 IMF의 틈새로 등장했다. 김태길선생(서울대 명예교수)은 본보에 기고한 글에서 “오늘날 국난의 원인은 슬기로운 생각과 판단을 못했기 때문이다. 국난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선 슬기로워져야 하고 슬기로워지기 위해서는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IMF형 문고판이라도 나와 날개 돋친 듯 팔렸으면 좋겠다. 을씨년스런 느낌도 들지만 되돌아보고 싶은 옛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보며 잠시나마 훈훈한 정취에 젖어 봤으면 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음악인들이 국난 극복에 팔을 걷고 나섰다. 18일부터 한미일 3국을 오가며 ‘한국에의 인사―조국을 위하여’ 콘서트가 열린다. 가슴 뭉클하고 신선한 충격이다. 정명훈 한동일 김혜정 서혜경 홍혜경 정명화 강동석 고성현 서정학 강병운 안숙선 양승희 이광수사물놀이패 등 국악인들이 참여한다. 거기에서 모은 기금은 조국의 국채 보상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금모으기 운동에 이은 또하나의 감동적인 일이다. 막은 열리지 않았지만 벌써 조국찬가가 워싱턴으로부터 들려 오는 것 같다. 이 콘서트를 만든 사람은 서울지역 초선의 김상우의원(국민회의). 2백99명의 국회의원들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지 말고 김의원 같은 감동적 아이디어를 내 준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제일 먼저 구조조정해야 할 곳이 정치판이라는 시정의 얘기들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조직개편에서 문화부가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다. 그 안이 결정되던 날, 교육부와 문화부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표결까지 간 끝에 살아 남았다. 그 이유는 김대중차기대통령이 문화중흥론을 공약했다는 설득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한다. 최정호교수는 1월30일자 모일간지에 쓴 글에서 “YS는 대통령이 ‘되기’위한 궁리에 혼신의 노력을 했고 DJ는 대통령을 ‘하기’위한 궁리에 혼신의 노력을 했다. DJ는 경제발전을 이룸으로 해서 YS에 이길 수는 있어도 박정희에게 이길 수는 없다. 오직 문화를 살리는 길에서 DJ만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김차기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만난 날(1월30일), 참석자들은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21세기의 문화대통령이 되어 줄 것”을 누누이 당부했다. 너무 큰 기대 같지만 문화의 선진화 없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1만달러 소득시대, 2만달러 소득의 꿈이 무너진 것도 우리의 문화 수준, 의식 수준이 1만달러, 2만달러 소득 수준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송호근교수는 최근 펴낸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이라는 책에서 IMF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시장원리를 너무 믿지 말라. 둘째, 케인스주의가 종언을 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중략(中略)― 다섯째, 문화와 함께 하는 경제성장이어야 한다. 송교수는 단기적 경제처방 외 장기적 종합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조선말―일제―해방―6.25―4.19―5.16 등 우리가 헤쳐온 근 현대사를 긴 호흡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한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