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때다. 한국 쇼트트랙선수단은 전체 여섯 종목에서 금메달 네 개를 휩쓰는 쾌거를 일궈내고도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진 일제 미즈노 로고가 태극마크만큼이나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후. 대표팀은 아직도 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지급하는 국산 운동복이 있긴 해요. 하지만 요즘같은 강추위에는 무릎이 시려 입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미즈노에서 협찬한 옷을 그대로 입을 수밖에요.” 쇼트트랙 전명규감독의 푸념이다. 국산중에도 조금 나은 것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난한 대한빙상연맹 살림으로는 한벌에 10만원씩 내며 대표선수들에게 입히기가 부담스럽다. 전감독은 또 지난달 해외 전지훈련때 일본의 초등학교 선수들까지 클랩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클랩 스케이트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록 단축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마법의 스케이트. 그러나 우리 형편으로는 날만 해도 6백달러(약 1백만원)나 되는 이 스케이트를 대표선수조차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빙상대표팀이 일제 유니폼을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국산을 입고도 충분히 뛸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빙상연맹 윤원호전무이사의 지적을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