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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紙上 경제청문회]외환위기 원인 전문가 분석

입력 | 1998-02-05 06:56:00


우리나라가 국가부도 직전의 외환위기에 처하기까지는 적절치 못한 정책대응, 금융제도의 취약성, 기업의 단기위주 과다차입, 동아시아 위기의 전염 등 네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미숙한 정책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관료들은 개방화하고 있는 경제의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시장을 컨트롤하려는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환율이다. 시장기능에 따라 환율이 안정되면 국내건 해외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도 이를 계속 묶어두려 했다. 환율변동폭은 96년말, 늦어도 한보사태 후에는 크게 넓히거나 없앴어야 마땅하다. 교역조건은 악화하고 경상수지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관료들은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결정적으로 기아사태가 터져 외국투자자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마당에 처리를 질질 끌었다. 금융불안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데도 늘 미봉책으로 막아보려 했다. 해외차입 불균형이 심화하고 여러가지 징후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우리는 경보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종합금융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은행권도 경제관료들의 눈치만 살폈다. 기업들은 개방화로 넓혀진 차입기회를 몸집 불리는데만 썼다. 국내 산업기반을 확충한다는 명분으로 단기자금을 빌려다 과잉투자를 일삼았다. 작년 7월부터 불거진 동남아 외환위기는 개방화가 진전된 우리나라에 대한 경보인 셈이었다. 외부 충격에 대해 취약성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뉴욕외채협상이 타결된 뒤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분위기가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경제관료들이 시장메커니즘에 겸허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각종 위험을 어떻게 분산할까 궁리하는 사람들도 없다. 환율이 오른다고 수출이 마구 늘고 있는가. 외국투자자들이 달러를 마구 투자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선물환시장을 빨리 개설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엄청나게 불어난 외채상환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지금 세워야 한다. 최공필(금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