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무역업체 직원 김모씨(35)는 요즘 직장내에서 체면불구하고 ‘자기 홍보’에 열을 올린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는 ‘남미 전문가’로 자처한다. 이달 사보에 남미 투자환경에 대한 투고를 했다. ‘남미〓김’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상사와 동료들에게 심어놓기 위해서다. 그가 자기 선전에 나선 것은 내년부터 회사가 연봉제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한가지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갖춘 프로가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홍보전략을 치밀하게 수행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실력 배양에 돌입했다. 인터넷으로 매일 남미 관련 사이트에 들어간다. 소설도 일부러 마르케스나 요사 등 남미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골라 읽는다. 연봉제 기업에서 비싼 ‘몸값’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대다수 직장인들이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일견 모순돼 보이는 것이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지니거나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인재가 되라.’ 전문가형은 한가지 잘하는 것을 정해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어학이나 연구개발 능력 등 장기를 정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이곳 저곳을 집적거리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모든 부문을 골고루 다 잘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전천후 슈퍼맨’으로 인정받고 나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업무수행능력 창의력 지도력 국제화감각 등 모든 부문에 골고루 능력을 키우라는 충고다. 연봉제와 개인주의를 동의어로 받아들이는 것은 착각이다. 실적 산정시 개인의 실적과 함께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추세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효성 한화그룹 인사 담당자들은 “실적 산정시 팀워크 항목 비중이 전체의 30∼40% 가량이나 차지한다”고 말한다. 연봉제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너럴 일렉트릭 잭 웰치 회장은 “혼자서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유능한 인재”라고 말한 바 있다. 윤은기(尹恩基)IBS컨설팅소장은 몸값을 올리려면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한다. “약점을 보완하려는 생각보다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이든 사람일수록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보다 지금까지 해온 일중에서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