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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바닥난 수출 원자재

입력 | 1998-02-05 20:28:00


우리 경제의 유일한 활로가 수출임은 누구나 다 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의 돌파구 역시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수출업계의 비명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환율급등으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되살아났으나 두달 가까이 수출입금융이 마비상태인데다 원자재 재고까지 바닥을 드러내면서 아예 제품 자체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수출원자재는 가격과 물량 두가지 측면에서 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우선 수입량의 절대부족에다 환차손까지 겹쳐 대부분의 수출원자재값이 1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나마 오른 값으로도 물량을 확보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철강 원료인 고철과 액화천연가스(LNG) 나프타 원피 원목 주석 알루미늄 등이다. 주석은 아예 재고가 없고 알루미늄은 달랑 2백여t밖에 남지 않아 적정재고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구리 코발트 아연 등의 재고도 적정수준의 절반이 안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수입상은 값이 더 오르기를 기다려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일부 도매상은 사재기에까지 나서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수출여건이 크게 호전되고 외국 바이어들의 주문이 밀려드는데도 원자재가 없어 물건을 못 만들고 결국 수출길마저 막히는 기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의 상황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1월 무역수지가 16억달러의 흑자를 보이자 올 무역수지가 당초 예상의 5배가 넘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의 흑자는 수출이 잘 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6%나 줄어서 생긴 것이다. 게다가 수출도 헐값의 밀어내기 수출이었다. 원자재 구득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무역흑자기조 유지는 헛말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수출입금융의 숨통을 터주는 일이다. 아무리 수출입금융 지원을 독려해도 은행들이 신용장개설을 기피하는 한 원자재 수급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수출입 지원대책만도 10여가지에 이른다. 여기에는 외환매매수수료 인하유도, 연지급 수입기간 연장, 조달청의 원자재 수입신용장 개설 대행, 일람불 신용장의 지급보증요건 완화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나열식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두개 국책은행에 한은특융을 해주고 국제결제은행(BIS)기준에 관계없이 무역금융을 맡도록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현물차관형식으로 주요 원자재를 들여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