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百里)의 마을을 다스리려 해도 인물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결국 용인(用人)에 달렸다고도 한다. 인사(人事)를 잘못해서 나라를 망쳤다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즐겨 썼다. ‘구름은 용을 좇고 바람은 호랑이를 좇는다’고 하지만 아무리 지도자가 출중해도 주변에는 ‘소인’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용인의 첫번째는 이 소인들부터 가려내는 일이다. ▼ 들끓는 소인배 가려내야 ▼ 조선조 실학자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세가지 타입의 관리로 세리(勢吏)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들었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명리(名利)만 좇는 자(세리),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능리),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사리(私利)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탐리)를 경계한 것이다. 이에 비해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세가지 타입의 현명한 신하를 꼽았다. 도덕이 몸에 배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편하게 하며 정도(正道)를 행하는 신하(대신·大臣), 간절히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국가를 편하게 하는 신하(충신·忠臣), 항상 자기 직분과 능력을 생각하여 그릇 크기는 경국(經國)에 미치지 못해도 재능이 하나의 관직은 능히 맡을만한 신하(간신·幹臣)가 그것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새 정부 인선 기준이라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봉건시대의 기준으로 치환(置換)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대중정부의 개혁성을 가늠할 가장 확실한 ‘증거’가 새 정부 인선임이 분명한데도 전문성과 도덕성이라는 두 잣대가 심각하게 충돌할 개연성이 많은 것이 김대중정부가 안을 딜레마다. 김차기대통령이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개혁을 끌고갈 선수들의 면면이 개혁적이지 않는 한 50년만의 정권교체는 첫번째 관문에서부터 변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안정복의 세 속리(俗吏)와 이이의 세 현신(賢臣)은 새 정부 인선을 위한 고전적 전범(典範)이 될 수도 있을 법하다. 김차기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IMF위기로 그의 능력은 일단 한차례 시험을 마쳤다. 그러나 나라는 한사람의 능력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임금이 자기의 총명을 믿고 부하를 믿지 않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비록 재주가 부족해도 현자(賢者)를 골라 맡기면 잘 다스려진다는 옛사람의 충고는 깊게 새겨 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 공자의 제자 자천(子賤)이 선보(單父)땅을 다스릴 때 주변에는 스승으로 섬기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로 사귀는 사람도 있었다. 또 부하로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천이 거문고나 타면서 당상(堂上)에 앉아 있어도 선보는 잘 다스려졌다. ▼ 생경한 아마추어는 곤란 ▼ 공자의 또 다른 제자 자기(子旗)가 선보를 다스릴 때는 달랐다. 새벽에 별을 보고 나가 저녁에 별을 보고 들어오며 밤낮없이 몸소 움직여야 비로소 다스려졌다. 자기가 자천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자천이 대답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일을 맡겼고 너는 노력으로 일을 했다. 노력에 맡기면 고되고 사람에게 맡기면 편한 법이다.” 인사에 있어서도 DJ는 YS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아무리 나라 사정이 급하고 참신성이 아쉬워도 때묻은 전문가, 생경한 아마추어는 피할 일이다. 아부꾼과 과잉충성파에 ‘건달’은 더 말할 것 없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간쟁(諫諍)을 좋아하는 신하는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언(直言)하는 참신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역시 인사는 만사다. 김종심〈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