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불거져나온 전교조 합법화문제가 교육계 전체를 일파만파(一波萬波)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조측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전교조 합법화를 협상카드로 내놓자 차기정부가 다급한 나머지 이를 전격 수용함으로써 빚어진 사태다. 과거 전교조사태에서 교단의 황폐화를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는 학부모들은 그때의 악몽이 재현될까 불안해하고 각종 교육단체들은 물론 거대야당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가 합법화되면 각급 학교의 교무실은 기존 교원단체인 한국교총 가입 교사와 전교조 소속 교사로 양분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서로 노선이 다른 두 집단간에 갈등이나 충돌이 일어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자칫 ‘교권수호’라는 명분 아래 교사들이 학생을 볼모로 해서 정치나 이념투쟁의 일선에 나서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는 80년대말 전교조 결성과정에서 국민이 이미 한차례 경험했던 일이다. 교육개혁의 한 주체인 교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근무조건과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들에게 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일부 허용해야 할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교사가 산업현장의 ‘근로자’가 아니라 교육현장의 ‘스승’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풀어가야 한다. 이 점에서 교육계 전체를 포함한 국민의 합의와 양해를 얻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전교조 합법화조치는 이같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맞바꾸기식의 흥정 결과로 나타났다. 차기정부가 교육현장의 혼란을 스스로 불러들인 꼴이다. 경제위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문제를 노사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인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이번 협상에서는 99년7월부터 전교조를 합법화한다는 원칙 말고는 달리 결정된 것이 없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교원노조에 단체행동권까지 부여할 경우 교사들이 파업을 벌이는 일까지 상상할 수 있다. 혹시나 교육현장이 파업으로 마비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진다면 그 유형 무형의 피해는 예측하기 힘들 만큼 심각할 것이다. 차기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전교조를 합법화하더라도 교원노조에 대해 제한적인 교섭권만 인정하고 행동권은 부여하지 않는 대부분 선진국의 사례를 살피고 우리의 교육여건을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용자에 해당하는 학교측에도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해 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