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산’으로 불리는 경기 수원시 칠보산. 해발 2백38m의 낮은 이 산 곳곳에는 운모층 위에 3백∼1천5백평 규모의 습지 8개가 널려 있다. 습지에는 끈끈이주걱 통발 이삭귀개 등 40여종의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칠보산은 대부분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으나 산 동쪽에서는 국도가 확장되고 있고 인근에 의왕∼고색 서부우회도로와 아파트 등이 건설되면서 습지가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습지를 ‘자연의 콩팥’이라고 한다. 야생동식물의 좋은 서식지이기도 하지만 생태적으로 마른 땅과 깊은 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유전물질이 풍부하게 발견되기 때문.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홍수를 방지해 연안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습지가 인식부족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월 강원 인제군 대암산용늪이 국제적인 보호대상 습지로 등록되면서 람사협약의 적용을 받게 됐고 경남 우포와 주남저수지 등이 환경보호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을 뿐 수도권의 습지는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는 칠보산을 비롯해 한강하구 임진강하구 한강밤섬 팔당호변 남양만벌 등 8개지역에 습지가 있다. 이밖에 강원의 화진포 송지 청초 영랑호 대암산용늪 철원습지, 영남의 우포늪 주남저수지 낙동강하구, 호남의 금강하구 무제치늪, 제주의 1100고지습지가 있다. 습지는 매립 준설 오염 등으로 매년 파괴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남양만은 간척, 팔당호의 경안천하구는 오염물의 퇴적, 칠보산은 개발사업으로 각각 훼손되고 있다. 비무장지대인 한강하구와 임진강하구, 상수원보호구역인 팔당호 양수리 습지만 그나마 보전 가능성이 있다. 이마저도 습지를 보전하기 보다는 군사적 또는 행정적 필요에 의해 부수적으로 보호되고 있을 뿐이다. 〈박종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