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전(絲田)자수박물관에 가면 ‘자수란 으레 화려하기만 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중국 일본의 자수가 겉모습이 화려한 감상(鑑賞)용인 반면 한국자수는 다소 투박한 실용위주”라는 허동화(許東華·72·한국박물관협회장)관장의 설명이다. 사전은 허관장의 호. 문화재수집가인 허관장이 60년대후반부터 수집해온 자수 등 유물들은 모두 3천여점. 이중 다듬잇돌(다듬이질할 때 밑에 받쳐놓는 도구) 등 6백29점을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고 남은 2천4백여점중 △자수병풍 △불교자수 △보자기 △의상 등 2백여점을 엄선, 전시중이다. 이중에는 사계절의 경치를 담은 고려시대 사계분경도(사계분경도·보물653호), 18세기 자수로 만든 승복인 수가사(수가사·보물654호) 등 보물 2점과 중요민속자료 3점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전시물이 생활용품이어서 전통자수를 접해보지 못한 이들도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쓰다 남은 자투리천으로 만든 조각보에서는 여인들의 뛰어난 솜씨와 더불어 알뜰한 절약정신이 느껴진다. 사전자수박물관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일본 영국 벨기에 등에서 26회의 해외전시회를 가졌을 정도. 올해는 프랑스전(5∼9월), 2000년 시드니올림픽전(9월부터 2년간) 등에서 한국자수의 ‘멋’을 세계에 보여줄 예정이다. 소문을 듣고 직접 박물관을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다. ▼관람시간 및 관람료〓평일 오전10시∼오후4시.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관람료는 무료. 박물관측이 전시품의 색이 바래는 것을 우려, 조명을 꺼놓은 경우는 박물관옆 치과에 문의하면 된다. ▼교통편〓2호선 역삼역, 3호선 신사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택시를 타면 논현사거리 또는 관세청사거리에 내려 걸어가면 된다. 02―515―5114 〈성동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