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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 동계올림픽]『눈아 멈춰라』고사지낼판…경기 차질

입력 | 1998-02-09 20:15:00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축제’. 하지만 제18회 나가노대회 조직위원회는 눈이 그치기만을 바라며 ‘지설제(止雪祭)’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다. 8일 밤 30㎝가 넘게 내린 눈으로 남자 스키 활강이 연기됐고 9일에도 매 시간 2.54㎝의 눈이 계속 쌓였다. 이 때문에 남자 활강은 또 다시 연기됐고 여자부 스키 대회전 코스 점검도 취소됐다. 눈을 치우기 위해 7백명의 자위대원이 삽을 들고 나섰고 두대의 제설기가 동원됐지만 쏟아지는 눈을 감당하기엔 역부족. 조직위원회도 마음이 급하지만 선수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 여자 스노보드 대회전에 출전한 미국의 베스티 쇼는 “출전 준비는 완료됐지만 에너지만 소비하고 있다. 나가노에 온 것이 이번이 여섯번째지만 번번이 날씨가 궂었다”며 하늘을 원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나가노와의 악연’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93년 나가노 근처 모리오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때도 훈련기간중에는 날씨가 쾌청했지만 정작 대회 기간에는 악천후로 지장이 많았었다. 또 이번 대회와 같은 코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96년과 97년 월드컵 활강도 ‘하늘의 장난’으로 취소됐었다. 나가노올림픽 사정은 93모리오카대회보다 더 어려운 편. 93년은 스키 전 종목이 단일코스에서 열려 장소 변경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회전과 대회전은 시가 고겐에서, 나머지 종목은 하쿠바에서 열려 장소 변경도 여의치 않다. 나가노에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동해에서 나가노 쪽으로 부는 습도 높은 바람이 3천m대의 가라마츠산 정상과 부딪치며 눈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