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속에 관광객은 늘고 있다. 동남의 열풍(熱風)도 시베리아의 눈바람도 아닌 쇼핑 바람이 서울 부산 강원도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IMF체제로 온나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이때 한구석이나마 덕을 보고 있으니 다행이다. 강원도 스키장은 올겨울 때마침 운좋게 충분히 내려준 눈으로 외국관광객이 예년에 비해 두배이상 북적거리고 있다. ▼ 여행수지 반전 흑자 기대 러시아관광객도 뭉칫돈을 들고 동대문시장을 비롯해 서울 부산의 시장을 누비고 있고 일본관광객들도 미용 쇼핑 등으로 우리의 IMF경제를 즐기고 있다. 원화의 가치하락으로 씀씀이가 커진 외국관광객이 몰려와 관광증진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나라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의 형편에 관광만이 좋아진다고 해서 즐거워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모두가 주저앉을 수 만은 없고 IMF시대에 관광분야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모자라는 외화벌이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관광외화는 52억달러, 우리가 나가서 쓴 돈은 63억달러, 11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여행수지는 반전(反轉)했다. 97년 11월에 1억5천8백만달러, 12월에는 3억달러 이상의 잠정 흑자를 내고 있다. 98년 한해 우리는 4백25만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떨어뜨리고 갈 외화는 53억∼54억달러, 우리의 총 외채규모가 1천억달러 이상이니 외채협상에서 결정된 평균 이자율 8%선을 기준으로 할 때 그 이자 80억 달러는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관광분야에서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한 해 관광수지 적자해소를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가. 관광적자가 나면 그 비난은 으레 관광공사가 받게 된다. 그러나 관광은 교통 호텔 문화 안보 입국절차 친절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총체적 산업이다. 심지어 데모가 한번 나도 영향을 받으며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과 같은 사건이 터지면 관광은 그야말로 총에 맞아 추락하는 새와 같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 중국, 동남아 그리고 러시아 극동지역 등 주변지역에 대한 시장 개척활동에 역점을 두고 관광객 모집에 열을 올려왔다. 다행히 작년에는 사상 최다인 3백90만명의 관광객이 입국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IMF이후의 물가 오름세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국내 여행경비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손님은 또 떨어지게 마련. 장기적으로 보아 우리가 IMF체제의 반작용만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외국관광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관광진흥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 96년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은 약 5백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일부라도 한국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입국 비자발급 규제가 완화된다면 우리의 외화벌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정책적 제도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 비자발급 쉽게 이뤄져야 또한 국민의 친절의식도 큰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볼거리 놀거리 등 관광자원이 부족하다고 하나 민속축제 문화재 등 있는 자원을 잘 다듬어서 자원화한다면 관광산업이 IMF시대에 가장 환영받는 산업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수용태세 개선 등 관광진흥을 위한 아이디어를 그동안 얼마나 외쳐 왔는가. 그러나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규제완화, 그리고 지원책에 대한 올바른 집행만이 한국관광을 중흥시켜 IMF 한파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도 나라가 평안한 가운데 IMF체제를 관광산업 육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이경문(한국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