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한국의 약초」 자연을 소재로 한 다큐가 3, 4년전부터 방송가의 ‘인기종목’으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라는 불청객을 맞은 요즘은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무렵 사람들은 먹을 거리 걱정이 사라졌다고 믿었다. 한동안 외면했고 애써 잊으려 했던 환경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 일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버섯 게 수달 매 호랑이 잡초 등 다양한 동식물군이 잇따라 ‘주연배우’로 등장한 자연다큐 붐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깔려 있다. 7, 8일 2부작으로 방영된 SBS ‘한국의 약초’도 전형적인 자연다큐다. 그러나 하도 많이 우려먹어 시대흐름에도 ‘뒤처져 버린’ 시의적절하지 못한 소재를 잡은데다가 접근방법마저 식물도감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 프로는 백두산의 불로초로 불리는 오리나무더부살이에서부터 남쪽 끝 제주도의 삼백초까지 곳곳의 약초를 화면에 담았다. 영약으로 대접받는 ‘귀하신 몸’ 산삼은 물론 도라지 질경이 등 푸대접에 익숙한 식물까지 모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자연다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몇시간, 때로는 며칠을 기다려야 한 장면을 찍을 수 있다. 반대로 그 찰나를 놓친다면 모든 게 ‘도로아미타불’이다. 화면 곳곳에 사진작품처럼 노출되는 약초의 다양한 모습은 시간과 싸우느라, 다리품을 파느라 제작진이 기울인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정작 시청자가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은 놓쳐버리고 말았다. 약초라는 명칭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인 분류이자 소재다. 1백여종이 넘는 약초를 화면에 담고 그 효능을 설명하는 것도 정보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그 정도는 ‘식물도감’의 수준이다. 환경파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점봉산의 실태나 배초향 실험 등 몇가지 분석이 눈에 띄는 접근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진하다. 결국 약초 시장의 60%이상을 점령한 외래 약초의 강세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약초와 첨단의학은 어떤 관계인가, 궁극적으로 약초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된다. 사실 이같은 아쉬움은 이 프로 뿐 아니라 보여주는 것 자체에 몰두해온 우리 자연다큐에 공통된 것이다. 제작진이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그 프로의 ‘존재의 이유’가 명확해져야 할 때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