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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리뷰]연극「밧데리」,날카로운 현실 비판 담아

입력 | 1998-02-10 08:43:00


미국의 신예 작가 대니얼 테리올트 극본의 ‘밧데리’는 상처받은 밑바닥 인생들의 어긋나면서도 진솔한 사랑방식을 통한 현대문명 비판극이다. 허름한 전파상이라는 색다른 무대. 이곳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보여주는 일상은 한편으로는 초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도취적인 현대인의 두가지 기질을 재연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고장난 전기제품처럼 별다른 쓸모없이 무기력해보이는 견습공 스탠(장두이분). 그를 보고 있으면 사회라는 커다란 톱니바퀴중 극히 사소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들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스탠의 정신분열 현상에는 그의 특수한 개인적 이력을 넘어서서 개개인의 삶을 부단히 파편화하는 현실 비판이 숨어 있다. 반면 전파상 주인 립(이승철)은 전기로 상징되는 고삐풀린 현대문명의 숭배자다. 문란한 여성편력은 그가 과시하는 지배욕의 한 단면. 사회 부적응자인 스탠을 보다못한 립은 자신이 발명한 기계로 그를 개조하려다 실패, 도리어 스탠의 홀로서기를 돕는다. 여기에는 한때 립의 애인이었던 브랜디(최용재)와의 영적 교감도 작용했다. 그리고 스탠에 대한 립 나름대로의 보살핌이 중요한 계기로 설정돼 있다.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주제. 그러나 관객에게 주제의식을 강요하지 않으려는 듯 코믹하고 역동적인 진행이 돋보인다. 극단 은행나무 제작, 이영석 연출. 3월1일까지 인켈아트홀. 평일 오후 4시반 7시반, 토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02―765―0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