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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英 RNT 「오셀로」 11∼20일 내한공연

입력 | 1998-02-10 08:43:00


“죽은 다음에도 이대로 있어다오. 널 죽일지언정 내 사랑이 변치 않게 말이다.” 지난 한 해 흥행과 예술성에서 영국 연극계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로열 내셔널시어터(RNT)의 ‘오셀로’중 대사 한토막. 이 작품이 11∼20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차세대를 이끌 세계적 연출자로 각광받고 있는 샘 멘더스의 연출력, 그리고 ‘더 타임스’ 등 현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연기자들의 정통 심리연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 한글자막도 제공된다. ‘오셀로’는 편집병적 사랑의 비극을 형상화한 작품. 북아프리카 무어인으로 베네치아 공화국 장군인 오셀로는 부하 이아고의 음모에 휘말려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하지만 부인의 결백이 밝혀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연출자 샘 멘더스는 밀폐된 무대배치속에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한밤에 발생하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적 분위기를 펼쳐나간다. 여기에 강렬한 음영대비 효과를 노린 조명, 타악기 및 전자음악의 선율 등을 통한 간접적인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3시간15분이 소요되는 공연은 사건전개보다는 배우의 내면묘사에 치중해 전개된다. ‘오셀로’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아내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는 한 남자의 불안감과 뼈를 깎는 내적 갈등을 극대화함으로써 ‘모든 소유는 불안의 근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다. 또 남성에게 여성은 ‘영원히 오독(誤讀)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는 텍스트(Text)’라는 암시도 있다. 질투는 이세상 남자라면 다소간에 누구라도 겪는 보편적인 현상. 평론가들은 이 연극을 ‘성(性)적 비정상’의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 ‘성 그 자체의 비정상성’을 다룬 것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로열셰익스피어극단’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양대 극단인 RNT의 이번 내한은 아시아태평양 순회공연의 일환이다. 앞으로 호주 홍콩 미국 뉴질랜드로 이어질 예정. 최근 환율폭등으로 내한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영국정부의 보조에 힘입어 가까스로 성사됐다. 총사업비 3억5천만원중 2억여원의 개런티 전액을 영국 문화원과 외무성이 지불약속했다. 11, 12, 13, 18, 20일 오후 7시, 14, 17, 19일 오후 2시 7시, 15일 오후 2시(16일 공연없음).02―580―1880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