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극(京劇), 일본의 가부키(歌舞伎)를 압도하는 민족 음악극을 만들자.” 탄생 1세기를 내다보는 창극이 거듭 태어난다. 국립창극단(단장 안숙선)이 무대에 올리는 완판 장막창극 ‘춘향전’(동아일보 주최). 두세시간에 맞게 자른 지금까지의 창극무대가 아니다. 완판 판소리 춘향가 한마당을 바탕으로 소요시간이 무려 여섯시간에 달하는‘완판’춘향전이다.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 춘향에 안숙선 유수정, 이몽룡에 은희진 왕기석, 변사또에 조통달 등 원로급에서 중견 신진에 이르는 명창들이 출연해 농익은 창과 연기대결을 펼친다. 창극 태동 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완판 장막창극 공연에는 “연극 음악 등 모든 요소에서 새로운 원형을 찾아내자”는 뜻이 담겼다.이를 위해 학계를 비롯한 각계의 권위자들이 모여 작년 6월부터 10여차례의 회의와 토론을 거치며 공연의 방향과 원칙을 세웠다. 김소희본 박동진본 김연수본 등 다양한 춘향전 판본을 김명곤(극단 아리랑 대표)이 하나의 대본으로 정리했고 창작판소리 ‘똥바다’의 임진택이 총연출을 맡았다. 소리의 줄거리를 세우는 작창(作唱)은 성창순이 담당했다. 단지 길이뿐만 아니라 연극적 재미에서도 제작진은 커다란 발전을 자신한다. 주역 몇명이 무대를 끌고나가던 종래의 창극과 달리 합창과 국립무용단(안무 국수호)의 군무(群舞) 등을 강화해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줄거리를 설명해주던 도창(導唱)역을 없앤 대신 여러 극중인물이 함께 하는 창으로처리했으며 어사출두장면등 곳곳에서 군중의 힘있는 효과를 강조했다. 김영재가 음악감독을 맡은 반주부는 이생강(대금) 김무길(거문고) 등 국악기의 최고수들이 참여, 창의 진행에 따라가며 반주한다. 극의 시작과 끝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웅장하고 흥겨운 가락을 합주로 들려준다. 공연은 1,2부로 구분해 각각 다른 날짜에 관람할 수 있다. 1부는 평일 오후 4시, 토 일 오후7시 시작. 2부는 평일 오후7시, 토 일 오후6시 시작. 1부에서는 광한루에서 맺은 첫사랑과 이별 및 신임사또 부임장면이, 2부에서는 춘향의 수난, 옥중상봉, 어사출두장면이 이어진다. 3개의 팀으로 나뉜 출연진은 기존 명창급(청팀) 연부역강한 중견급(홍팀) 및 명창대회에서 입상한 신예들로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백팀이 한치 양보없는 기예의 대결을 펼친다. 국립극장은 “앞으로 판소리 다섯마당을 연차적으로 완창무대화할 계획”이라며 “내외국인들의 호응도에 따라 장기적으로 상설무대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02―271―1742, 02―274―1151∼8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