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시스템은 지금보다 복잡해진다. 현정부의 ‘투 톱’형(경제부총리―대통령경제수석)에서 분산형(각 부처장관―대통령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경제특보 기획예산처장)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이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경제특보 기획예산처장의 4인체제’가 되는데다 정부조직개편안대로 되면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총리 밑에서 금융정책과 재벌정책의 상당 부분을 관장한다. 현정부에서 경제정책의 ‘통합챔피언’으로 군림했던 재정경제원은 재정경제부로 격하되면서 정책 구심체 역할을 잃는다. 현정부의 경제정책 시스템은 △경제부총리가 각 경제부처를 조정하면서 주요정책을 결정하고 △경제수석이 대통령과 부총리의 중간에서 부총리의 협의상대역 겸 대통령의 뜻을 부총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보고라인도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로 제한돼 있어 두 사람이 판단을 잘못하면 배가 산으로 갈 소지가 컸다. 특히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를 경우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체제. 실제로 문민정부 5년은 이같은 방식에 의해, 그것도 자주 바뀐 부총리와 수석에 의해 주물러지고 비틀어져 왔다는 것이 경제관료들의 증언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 본인도 “경제는 아랫사람에게 모두 맡겼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새 정부의 경제정책 시스템은 정책결정의 실무주체와 대통령에 대한 보고라인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큰 특징. 이는 대통령이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통령이 여러가지 정책대안을 충분히 들어 선택하거나 종합할 수 있는 체제인 셈.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대체로 틀이 잡히고 있는 새 정부의 경제부문 직제는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적합한 국가경영 시스템으로 보인다”며 “이는 김차기대통령이 경제에 관한 판단력에 자신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요 정책결정은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청와대 수석들과 경제부처 장관들간의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는 게 재경원 관계자의 관측이다. 하지만 새 시스템의 성패는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 경제특보 기획예산처장 재경부장관 금감위원장 공정위원장 등의 정책노선을 어떻게 조화하고 정책의 정합성(整合性)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정책생산 기능이 분산되고 각 수석과 장관 등의 역학관계가 복잡해져 상호견제와 갈등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부의 한 관계자는 “비슷한 정책권력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과 파워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의사결정이지연되고정책의효율성이 떨어질우려가있다”고지적했다. 물론 큰 현안은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겠지만 모든 사안을 대통령이 교통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