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살아 남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눈은 영하25도인 고공에서 1백분의 2∼1백분의 3㎜의 얼음알갱이(氷晶)로 삶을 시작한다. 내려오면서 구름의 물기를 먹고 자라지만 먹이가 시원치 않으면 ‘증발사’한다. 더러 짝과 몸을 섞어 지름 1㎝의 눈송이가 되기도 하지만 세찬 바람이나 높은 온도에서는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 2월 눈으론 29년만의 큰 눈이었다. 시인 최승호의 시구대로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바로 그것이었다. 산등성이의 소나무 줄기는 눈꽃에 휘청휘청 휠 듯, 키낮은 다복솔은 아예 눈더미 속에 몸을 숨겼고…. 눈섞임물로 곤죽된 곳 많겠지만 하얀 눈밭 위에서 대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아침 영하8도∼0도, 낮 2∼11도로 어제보다 조금 따뜻.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