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12월 기존업계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사업에 뛰어든 삼성자동차의 첫모델 ‘SM5’의 신차 보도발표회가 11일 열렸다. 숱한 논란의 대상이 돼온 이 차는 자동차산업 과잉중복투자의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 대우 기아 등 기존업계는 “삼성의 진출은 자동차산업 공급과잉을 초래한다”며 반대로비를 해왔다. 삼성은 “수출에 주력해 국내 공급과잉을 초래하지 않겠다”며 맞받아쳤다. 삼성은 결국 청와대의 ‘정치적 결단’을 등에 업고 사업 진출에 성공했고 과잉투자의 어두운 그림자는 짙어만 갔다. 삼성은 청와대를 움직이기 위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치적 거점인 부산의 신호공단에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이곳의 지반이 약해 투자비가 크게 늘어난 것. 또 3만5천대 생산설비만 갖춘 뒤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 했으나 비난여론이 일자 독자사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설비를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연산 24만대 생산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은 공단 부지 50만평 조성비용을 합해 2조7천억원. 2002년까지 1조6천억원을 더 투자해 연산 50만대 생산규모로 늘린다는 계획. 30만대 생산규모에 1조1천억원을 투자한 대우자동차 군산공장(1백6만평)과 차이가 크다. 기존업계도 과잉투자로 맞섰다. 80년대 국내 자동차생산 능력은 연간 1백만대가 안됐으나 삼성 진출논란 이후 기존업계의 투자가 급증, 현재는 90년(1백50만대선)의 3배인 4백50만대가 됐다. 이들은 “2백만대 능력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며 지금까지 10조원 이상을 설비에 쏟아부었다. 작년 자동차 내수규모는 1백47만대. 가동률이 50∼60%대로 떨어졌어도 재고가 11만대가 넘는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