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 홑이불 하나를 달랑 뒤집어 쓰고 거릿잠을 자는 뭄바이의 거지들, 학교가 없어 1만리나 떨어진 남인도의 방갈로르로 유학가는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의 어린이들, 땔감을 구하러 산에 올랐다 지뢰에 다리를 잃은 캄보디아의 청년…. 원불교 강남교당 박청수교무(61)가 세계를 무대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나를 사로잡은 지구촌 사람들’(샘터사). 여성의 몸으로, 그것도 신흥종교의 많지 않은 신도를 갖고 30년 동안 나라 안팎을 누비며 빈곤 및 질병퇴치와 종교간 협력운동에 남긴 업적은 믿기 어려울 정도. 그는 95년 5월 영국 할로재단을 통해 캄보디아 지뢰 제거에 나섰고 아프가니스탄에는 1천5백여개의 의족을 보냈다. 지난해 스리랑카의 두 지역에 유치원을 개원했고 인도의 빈곤지역인 해발 3천6백m의 히말라야 라다크지방에 정원 2백명의 불교기숙학교를 세웠다. 올 9월에는 라다크에 1백 병상의 카루나병원을 완공하고 5월에는 중국 훈춘에 장애인소학교를 개교할 계획이다. 북한을 비롯해 스리랑카 몽골 인도 등 지난 5년동안 세계 각국에 보낸 헌 옷만도 30만여점. 박교무가 지금까지 도운 나라는 35개국, 액수로는 22억원에 이른다. 정치가나 백만장자도 해내기 힘든 큰 일을 왜 계속 벌이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지극히 명쾌하다. “내 자신을 위해서지요. 딱한 사람들을 보고 모른체 하자니 가슴에 큰 짐으로 남아 그 부담과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매번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게 돼요.” 박교무의 다사로운 손길이 해외에만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 탁아시설인 서울 미아샛별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원불교 소년원출소자 쉼터인 ‘은혜의 집’보금자리를 경기 용인에 마련해 줬다. 성나자로마을, 천주교 원주교구의 중증장애인 시설 ‘천사들의 집’, 대한성공회의 청소년쉼터 봉천동 ‘나눔의 집’ 등 타종교 복지시설에도 아낌없는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교무가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19년간 한결같이 십시일반으로 그를 도와온 서울 강남교당 3백명의 신도 덕분이기도 한다. 법정스님, 서울 대치동 성당의 김몽은신부, 성나자로마을 이경재신부, 숙명여고 이정자교장 등도 변함없는 후원자들. “세계 각 지역에서 만난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은 내 마음을 지피는 인생의 불쏘시개들이에요. 아직도 1달러면 하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시아에만 10억명이 넘어요. 우리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조금만 마음을 쓰면 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