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리어카 행상을 하는 박병선(朴炳善·63·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씨. 그의 일과는 달리기로 시작된다.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나 1시간씩 서울의 새벽공기를 가른다. 주된 코스는 서대문구청∼연희동∼성산대교∼모래내를 도는 코스. 광복절이나 추석 설 등 ‘특별한 날’에는 코스가 달라진다.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임진각까지 통일로를 달린다. 78년 방송사가 주최한 통일기원 건강달리기대회에 참가한 뒤부터 시작한 박씨의 ‘통일염원 달리기’는 이번 설까지 합쳐 52회. ‘통일마라톤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통일되는 날, 임진각에서 지금처럼 멈추지 않고 가장 먼저 북녘땅을 밟고 싶습니다.” 그의 고향은 통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남녘땅 전남 보성. 그러나 통일에 대한 염원은 북녘땅에 고향을 둔 사람 못지 않다. 박씨가 매일 새벽 달리기에 나선 것은 70년. 청과상회를 하다 실패하자 홀어머니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를 극복하려고 시작한 것이 바로 새벽 달리기. 처음에는 숨이 차 ‘기차화통소리’를 냈지만 몇년 새 ‘선수’가 돼 노장마라톤대회 등 각종 체육대회에서 입상할 정도가 됐다. 84년 경주마라톤대회에서 3위, 93년 노장마라톤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지금까지 크고 작은 대회에서 1백50여개의 메달을 딸 정도로 건각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다달이 수입을 쪼개 80대 무의탁노인과 청소년가장에게 돈을 송금하는 이웃 사랑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