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극적으로 총파업을 거두어들였다. 1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던 민주노총은 12일 밤늦게까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단병호·段炳浩) 회의를 열어 파업강행 여부에 대한 격론을 벌인 끝에 국가경제 여건을 감안, 파업을 하지 않기로 돌아섰다. 민주노총 단병호 비대위위원장은 13일0시 발표를 통해 “총파업이 국민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충정어린 걱정과 우려를 감안해 파업을 철회키로 했다”고 밝혔다. 단위원장은 “그러나 파업철회가 곧 노사정 합의안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만일 임시국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강행처리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총력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우려됐던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안 처리 불투명 △외국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불신증폭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악화 등 대파국은 일단 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12일 오전과 오후 열린 비대위 회의때만 해도 전국 67개 노조 약 10만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동참할 것이라며 파업을 고집했으나 밤중에 파업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기 시작, 8시간여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총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당초부터 민주노총은 겉으로는 ‘10만여 조합원의 적극 동참’을 장담했지만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열렬한 지지와 동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회의, 이점도 파업철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벌인 총파업이 실패로 끝날 경우 산하 단위노조에 대한 지도력과 신뢰 등에 상처를 입고 민주노총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오후 7시쯤 사실상 대다수 비대위원들이 파업철회 쪽으로 기울었으며 이후는 금속연맹 등 강경파를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일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등의 법제화는 사정(使政)양측에 공이 넘어간 셈이다. 정부와 사용자측의 양보와 타협이 이번 임시국회 처리의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민노총의 파업 움직임은 노사정합의 자체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고 앞으로 노사정합의가 성실히 이행되지 않을 경우 잠재됐던 불만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14일로 회기가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현재 여야는 추경예산안과 경제개혁법안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함으로써 국회는 2일 개회이후 단 한개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의 파행은 신여소야대 정국에 따른 상대당 길들이기 차원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재계개혁도 당초 예정대로 추진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재벌들은 최근 상호지급보증 해소 시점을 연기해 줄 것을 요구하고 회장실 및 기획조정실 폐지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당초 약속했던 기업구조조정과 경영투명성확보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