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07〉 그의 손길이 거칠게 저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자 저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가령, 밤이 새려면 아직 멀었고, 그리고 우리한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많은 밤이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어떤 말도 입 밖에 내어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입속으로 밀고 들어온 그의 혀에 의하여 저의 혀는 완전히 포로로 잡혀버렸고, 저의 몸 구석구석을 거침없이 파고드는 그의 손길이 저를 어떻게 하는지 저는 이미 정신이 몽롱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목구멍에서 밀려 올라오는 것은 다만 걷잡을 수가 없는 신음소리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분은 저를 침상 위로 자빠뜨렸던 것입니다. 억센 두 팔에 안긴 채 맥없이 침상 위로 쓰러지는 순간은 정말이지 거대하게 밀려드는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를 침상 위로 쓰러뜨린 그분은 다급하게 자신의 옷을 벗어 던졌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저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거대하게 솟구쳐오른 방망이를 한 채 달려드는 그분의 모습이 얼마나 놀랍고, 무섭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저는 저도 모르게 “어머!”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 거대한 방망이를 앞세운 채 여지없이 저를 공략했습니다. 저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마구 비명을 지르며 바둥거렸습니다만, 이미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분은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저를 함몰시켜버렸습니다. 저의 영혼은 그분의 영혼과 하나가 되는 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고, 저는 밀려드는 쾌락과 감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마침내 그분의 목에 매달린 채 뜨거운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밤이 새도록 입을 맞춘다, 그러안는다 하면서 즐겼습니다. 정말이지 그날 밤처럼 즐거웠던 밤은 일찍이 꿈에서도 없었습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갖 쾌락을 즐기며 밤새도록 침상 위를 뒹굴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우리 두 사람은 한덩어리로 엉겨붙은 채 더없이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이의 품에 안겨 꿈같은 밤을 보낸 이튿날 아침은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새소리는 더욱 청아하게 들렸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흡사 새로 태어난 것만 같았습니다. 가슴은 행복감으로 충만하고, 팔과 다리에는 기분 좋은 나른함이 깃들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아침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그 포근하고 감미로운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쉬워 그날 아침 우리는 잠이 깬 뒤에도 오랫동안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는 침상 위에 하얀 몸뚱어리를 드러낸 채 나란히 누워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던 우리 두 사람은 마침내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에게 축하의 말을 했고, 우리는 그들의 축하를 받으며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 식사마저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잊을 수 없는 우리의 밤을 위하여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시녀들과 침모를 위하여 그날 저는 한움큼씩의 금화를 골고루 나누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