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0시10분경 서울 성북구 삼선동 민주노총 5층 회의실. 전날 오전9시부터 네차례나 정회를 거듭하며 10시간 동안 계속된 마라톤회의 결론을 발표하기 위해 단병호(段炳浩)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를 후퇴한다’는 총파업 방침 철회선언이었다. 그 순간 민주노총 사무실에 하루 종일 걸려오던 항의전화가 일순간 끊어졌다. 파업전야의 긴장이 안도로 변하면서 항의전화는 격려전화로 바뀌었다. “어려운 결단을 해줘서 고맙다.”“국가경제 파탄을 우려하는 국민정서를 고려한 용단이었다.” 격려전화는 13일 하루 동안 수백통이 걸려왔다. 파업방침을 철회하기 전까지 걸려오던 전화와는 정반대의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경제를 완전히 죽일 생각이냐.”“당신들이 파업하겠다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져 큰 손해를 봤다. 책임져라.” 민주노총 소속 일부 노조원까지 전화를 걸어 파업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했지만 노조원들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고 당혹해했다. 민주노총 사무원들은 파업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려 업무를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결국 12일 오후3시반부터 속개된 비대위 회의를 마치면서 강경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한 비대위원은 “내부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론을 감안해 파업결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파업방침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기 시작했다. 오후 8시반경 마지막 회의를 끝내고 8인 집행부에 최종결정을 맡긴 비대위원들의 표정은 둘로 갈렸다. 그후 항의전화를 격려전화로 바꿔놓은 단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나올 때까지 또다시 3시간이 넘는 집행부의 머리를 맞댄 깊은 논의가 필요했다. 〈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