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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신입생」 엄마의 애틋한 마음

입력 | 1998-02-13 20:09:00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딸아이의 하루는 책가방을 메고 신주머니도 갖춰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벽에 걸려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난 설날에 막둥이 이모가 입학선물로 준 빨갛고 노란 미키 그림의 가방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보다. 유치원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공책과 크레파스 등을 챙겨놓고 입학날이 오기만을 고대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어릴적의 입학때가 생각난다. 나의 초등학교 입학은 30여년전. 7남매의 둘째인 나는 언니가 쓰던 책가방을 물려받은 것으로도 행복했다. 언니와 3년차이였던 나는 교복에서 학교체육복 속내의까지 몽땅 언니의 것을 물려 받아야만 하는 설움과 불만속에 일부러 가위로 신발을 잘라버리고 새 것을 사달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말쑥한 옷차림과 새가방은 아니더라도 귀중한 동심을 키울 수 있었다. 봄에는 작은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추위가 가시지 않은 논둑길에서 냉이와 쑥을 캐고 여름에는 일부러 빨래감을 만들어 냇가에서 빨래하며 목욕을 하느라 하루해가 짧았다. 가을에는 메뚜기를 잡으려고 사내아이들과 어울려 다니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며 선머슴처럼 뒹굴기도 했다. 이제 딸아이는 초등학교 6년과 중고등학교 6년의 긴 시간을 갑갑한 단체생활과 내신성적이라는 그물속에서 보내야 한다. 성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작은 체구를 커다란 책상앞에서 몇시간씩 앉아 있으라고 강요해야 하기에 안쓰러움이 앞선다. 오늘밤도 빈가방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어 있는 저 순수한 마음이 부디 멍들고 흠집나지 않게 자랄수 있는 교육환경이 하루속히 만들어졌으면 하고 소망하면서 딸 미솔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김진명(전북 전주시 호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