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걸프전 발발여부가 전세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분쟁해결의 주역을 맡아야 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뉴욕의 유엔본부에만 앉아있다.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아랍연맹과 러시아 등은 아난사무총장에게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는 도무지 움직일 기미가 없다. 9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아난사무총장이 바그다드를 곧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아난사무총장은 몇시간 뒤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적 노력이 중대한 고비를 맞은 이 때 나는 뉴욕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군색하게 둘러댔다.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는 5년이다. 하지만 제 명을 다하려면 5개 상임이사국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실제로 트리그베 라이 초대사무총장은 한국전쟁과 관련,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구 소련이 협력을 거부하는 바람에 중도 하차해야 했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사무총장은 지난해 재선을 앞두고 14개 이사국의 지지를 얻었으나 미국의 거부로 재선에 실패했다. 〈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