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레이스였다.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한국의 첫 금메달을 노렸던 이규혁(20·고려대)은 15일 이곳 엠웨이브링크에서 열린 98나가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천m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에 1초63이나 뒤진 1분12초05의 기록으로 13위에 머물렀다. 이규혁은 이날 금메달 1순위로 지목돼 맨 마지막인 22조에서 케빈 오벌랜드(캐나다)와 함께 레이스를 벌였으나 스타트가 늦은데다 레이스 도중 긴장한 탓인지 두차례나 주춤거리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결국 금메달의 꿈을 무산시켰다. 이규혁의 2백m 랩타임은 16초97. 가장 빨랐던 시미즈 히로야쓰(일본)의 16초57보다 무려 0.40초가 늦었던 그는 자신의 주무기인 라스트스퍼트에 기대를 걸었으나 마지막 코너에서 삐끗하는 등 최상의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의 김윤만(삼성화재)은 1분12초50으로 20위, 천주현(고려대)은 1분12초55로 공동 21위, 제갈성렬(삼성화재)은 1분13초09로 30위에 각각 그쳤다. 이날 레이스에서 이즈 포스트마(네덜란드)가 1분10초64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역시 네덜란드의 얀 보스(1분10초71)와 5백m 금메달리스트인 시미즈(1분11초00)가 2, 3위를 차지했다. 한편 스키점프 K1백20m에선 후나키 가즈요시(일본)가 1, 2차시기 합계 2백72.3점으로 우승, 일본선수단에 세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K90m 은메달리스트인 후나키는 이날 2차시기에서 5명의 자세심판으로부터 모두 만점을 받는 완벽한 연기로 K90m 우승자인 야니 소이니넨(핀란드)을 2위로 밀어내고 나흘 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동계올림픽 첫 정식종목으로 열린 컬링 여자결승에서는 캐나다가 덴마크를 7대5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나가노〓장환수기자〉 △이규혁의 말〓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의 우승후보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게 마음의 부담이 됐다. 앞에서 뛴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내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은 아니지만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꾸만 뒤를 잡았다. 스타트도 늦었고 마지막 코너워크때도 실수를 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