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남 진주시 ‘진양호 동물원’에서 발생한 벵골산 암호랑이(호순이) 사살사건을 접한 필자의 마음은 착잡하다. 새끼를 분만한지 이틀밖에 안된 어미호랑이를 수컷들과 합사시킨 것은 성급했다. 호랑이가 놀라 우리를 탈출했을때 동물용마취제(사이라진 케타민) 등 최소한의 예방책도 써보지 않은채 주저없이 K2소총으로 사살해 버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사건은 국내 야생동물 사육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맹수들을 사육하는 동물원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소한의 예방조치도 마련해 놓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동물원에 아예 마취제나 마취총이 없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더 큰 인명피해를 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총에 맞아 호랑이가 죽은 사건은 TV를 통해서도 전국에 보도됐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많은 시민들은 올해가 무인년 호랑이해인지를 의아해할 정도였다. ‘한국의 영물’ 호랑이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윤 신 근(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