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21세기 정보화 산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산업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미세가공을 중심으로 놀랄만한 발전을 거듭, 세계 반도체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95년에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 11.5%를 정점으로 2년간 하락해 97년에는 약 7.3%에 머물게 됐다. 총수출에 대한 비중도 95년에 11.7%에서 97년에는 6.7%로 낮아졌다. 이같은 우리의 반도체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시대를 맞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반도체 가격의 급락, 대만 등 후발국의 거센 도전, 대외신용도 하락, 원화가치의 급락, 긴축 및 감축경영 등 주변환경이 어느 하나 희망적인 변수가 보이지 않는다. ▼비메모리분야 꾸준히 투자▼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의하면 97년의 국내 반도체생산은 전년대비 15.2%가 감소한 1백1억달러, 수출은 15.8%가 감소한 90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국외적으로 PC소비자의 수요가 부진했을 뿐만 아니라 대만업체들의 16메가 D램 생산량 확대와 미국 마이크론사(Micron)의 칩면적축소(Chip Shrink)기술을 이용한 저가 판매전략에 따른 16메가 D램의 가격하락에 기인한다. 또 국내적으로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개발과 투자에 늦게 참여함으로써 시장상황변화에 효율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수익성이 취약해진 국내 반도체 3사는 차세대 제품에 대한 투자여력을 점점 상실해 가게 됐고 반도체 시장의 선도를 위한 투자를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98년의 국내 반도체 3사의 시설투자가 전세계 반도체 시설투자의 7%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되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반해 최근 반도체 메모리분야에서 범국가적인 투자정책을 펴고있는 대만은 전세계 반도체 시설투자의 15%를 웃도는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모리 분야를 석권하고 있는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생산장비의 32%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반도체 시설투자의 20%를 넘는 투자를 반도체산업의 호황기였던 95년에 국내 반도체 3사가 투자한 효력이 98년까지는 상당부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또 투자의 내용이 과거와는 달리 메모리분야의 편중이 많이 감소하고 비메모리 분야에도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어려운 고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저력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 거기에 더해 세계 유력 반도체업체 마케팅실무자들의 모임인 반도체무역통계(WSTS)와 반도체시장 전문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경기의 뚜렷한 회복세가 예상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WSTS의 전망에 의하면 전체 반도체의 시장규모는 2000년까지 연평균 18.6%, 메모리 반도체는 21.8%, D램은 26.0%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특히 D램시장이 고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D램 생산기술력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있는 국내 반도체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기도 하다. 또 최근 데이터퀘스터에서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인 PC시장이 향후 2001년까지 연평균 16.5%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발표한 것도 우리에게는 희망적인 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면 메모리 반도체의 급속한 가격하락이라는 위험요소가 없어지고 외환위기가 안정을 찾을 경우 IMF체제의 저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 예상▼ 그 이유는 이미 64메가D램에 대한 기본투자는 거의 완료되었고 현재는 수익률 향상을 위한 보완 투자만 진행되고 있어 올해는 생산차질이 초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하고 있고 그중에서 많은 부분을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그러나 99년 이후의 경기호황에 대비한 한국의 중장기 신규투자가 자금확보의 어려움으로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범정부차원의 지원이 따른다면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김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