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남도의 전통 민속놀이인 ‘고싸움놀이’가 2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펼쳐진다. 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공개행사로 선보이기도 했던 이 놀이가 또 다시 ‘서울 나들이’에 나서게 된 것은 취임식 캐치프레이즈인 ‘화합’과 ‘도약’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 이 놀이는 해방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69년 고싸움놀이보존회에 의해 발굴 재현돼 그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민속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은 고싸움놀이는 이듬해 중요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광주 남구 칠석동 윷돌마을의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에서 유래된 이 놀이는 정월 14일 밤과 15일 새벽 마을 수호신에게 그 해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축원하는 당산제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두 패로 나뉜 마을사람은 지휘자격인 ‘줄패장’을 태운 고를 메고 싸움터에 이르러 서로 정면으로 접근하고 뒤로 물러나기를 거듭하다가 줄패장이 “밀어라”고 외치면 고를 높이 쳐들고 돌진해 상대방의 고 머리에 부딪친다. 고싸움놀이보존회 지춘상(池春相·전남대교수)이사장은 “마을사람들에게 협동심을 심어주고 악착같은 투지와 패기를 키워주는 민속놀이”라며 “어려운 경제사정을 온 국민이 합심해 이겨내자는 뜻에서 대통령 취임식 식후행사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