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오전 3시반경 서울 노원구 공릉3동 양돈마을 옆 동부간선도로 급커브길에서 16t 유조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뒤집혀 차가 전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유조차 전복사고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에는 같은 지점에서 유조차가 세번씩이나 뒤집혔다. 또 2월12일 오전 10시경 동부간선도로 창동지하차도 부근에서는 승용차 트럭 등 4중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났다. 동부간선도로에서 이처럼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노면기울기’와 ‘최소곡선반경’이 기준치에 미달하기 때문. 도로구조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으면 최고제한속도를 낮춰야 하는 데도 당국은 이마저 외면하고 있다. 동부간선도로의 제한속도는 다른 자동차전용도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시속 80㎞.운전자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시속 1백㎞이상의 과속을 일삼는다. 유조차 사고지점의 경우 도로설계속도가 1백㎞인 점을 감안하면 길이 휘는 안쪽으로 노면이 6∼8% 기울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기울기는 2%에 불과하다. 또 차량이 안전하게 커브를 돌 수 있는 최소곡선반경도 기준치와는 거리가 멀다. 최소한 4백60m는 되어야 하는데 3백50m밖에 안된다. 전문가들은 “설계단계에서 건교부의 기준 가운데 최소치를 적용한데다 시공업자가 그나마 설계대로 시공하지도 않아 도로구조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노면이 고르지 않고 공사구간도 많아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95년 50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남해고속도로의 경우도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6년 한 해 동안 7백4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92명이 숨지고 1천5백여명이 다쳤다.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은 남해고속도로에서 가장 가파른 고갯길인 의령IC∼중리IC 20㎞구간. 이 고개 양쪽은 직선구간으로 과속차량들이 고갯길 정체 차량을 추월하려다 잇따라 사고를 내고 있다. 남해고속도로의 최고제한속도는 시속 1백㎞. 그러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1백20㎞이상의 과속을 일삼고 있고 이것이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90년5월 이전에 설계가 완료된 고속도로의 경우 비교적 규제가 엄격하지 않았던 구 고속도로 구조령에 따라 설계됐기 때문에 설계속도의 85% 이상 속도를 낼 경우 사고위험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개통된 서울 강변북로의 경우는 도로안내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이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많은 운전자들이 출구를 놓치면 갑자기 속도를 낮추고 뒤따르던 차량은 추돌을 피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핸들을 꺾는‘아찔한 순간’이 계속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협회 여운웅(呂運雄)선임연구원은 “아무리 운전능력이 뛰어나도 과속상태에선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속도를 낮추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