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회안전부에 이산가족 주소안내소를 설치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일단 몇가지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북한이 주민들에게 혈육상봉을 위한 청원을 해결해주겠다고 당과 정부의 이름으로 공식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71년 8월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70여차례나 가졌으나 내부의 이산가족실태를 공개적으로 파악한 적은 없었다. 또 김정일(金正日)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주민들에게 일종의 ‘선물’을 주듯 이번 조치를 취해 북한당국으로선 이산가족문제에서 뭔가 성과를 거두어야 할 입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정부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북한이 이산가족문제를 거론한 것은 다분히 한국을 의식한 호의적인 제스처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김영삼(金泳三)정권 내내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도를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런 대남 제의도 없이 불쑥 이산가족 문제를 제기한데 대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 상당수는 북한이 이산가족을 “해내외에 서로 흩어져 생사여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막연히 표현한 것을 지적, 북한의 의도가 새정부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인 만큼 진의가 확인될 때까지 성급한 맞대응을 삼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