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호텔 마케팅팀 민현석씨(34·서울 서초구 반포동). 밸런타인데이라고 초콜릿선물을 기대할 나이는 ‘졸업’했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밤10시 원룸오피스텔에서 TV를 켜놓고 홀로 식빵을 뜯어먹다보니 한없이 울적해졌다. PC를 켰다. “뚜…, 접속.” PC통신의 재즈음악동호회 대화방. 주말이라 12명 정원의 방안에는 3명만이 자리를 지켜 한산했다. ‘번개모임’을 통해 몇번 술자리도 같이했던 ‘통신후배’ 김정아씨(32·학원강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오늘 같은 날 엿 한가락도 없냐.” “오빠, 집이야? 그럼 지금 강남역 타워레코드 앞으로 나와. ‘엿’먹여줄게…. 대신 맥주 한잔 알지?” 급속한 정보화가 가능케 해준 우리사회 독신자들의 새로운 풍속도다. 30대 ‘미혼’독신자는 75만명(95년말 현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2000년대에 들어서면 1백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30대 10명 중 1명꼴인 독신자의 삶을 지탱하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하부구조)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독신인프라’는 크게 두가지 분야. 경제적 독립과 안정적 이성교제. ‘비자발적 독신’ 비율이 높은 우리사회의 특성상 30대 독신자는 이성교제분야의독신인프라구축에어려움을 겪고있다. “30대 남녀 독신자의 70%는 ‘새로운 이성을 만날 방법이 없다’는 고민을, 나머지 30%는 ‘지나치게 복잡해진 이성교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물어온다.” 독신자를 대상으로 ‘연애클리닉’(02―3672―1011)을 운영하고 있는 미팅전문업체 선우이벤트 이웅진대표의 설명. 30대 독신자의 이성교제정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고 있는 것이 PC통신. 하이텔의 독신자모임인 ‘독신공간’(go sg1004). 가입조건은 남자 33세, 여자 30세 이상의 화려한 싱글이다. 대표시솝인 호송자씨(39·여·과외교사)는 “PC통신은 10년 전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숫자의 새로운 이성상대를 끊임없이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혼기를 놓쳐 주변에서 더이상 새로운 이성을 찾을 수 없는 독신자가 다양한 직업과 분야의 상대를 찾는 방법으로는 PC통신만한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부작용도 있다. PC통신경력 3년의 김현미씨(32·무역회사원)는 “‘독신의지’가 견고하지 않은데도 같은 나이또래 독신자들과 어울리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망각하는 바람에 독신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개인휴대통신수단’의 보급도 독신인프라 확충에 한몫. C광고기획사 고영훈대리(32)는 “약속 한번 놓치면 외로운 주말을 보내야 하는 독신자에게 휴대전화와 무선호출기처럼 언제 어디서든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연락수단의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인 측면의 독신인프라는 지난 3, 4년 사이 급속히 구축되고 있다. △원룸오피스텔 독신자주택 임대아파트 등 개인거주공간 △모닝콜 홈쇼핑 빨래방 민원대행업 세탁대행업 등 서비스업 △24시간편의점 요기방 도시락배달점 등 개인 식생활업 △1인용가전제품 등 ‘솔로산업’은 불황중에도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 독신생활지침서인 ‘혼자 살면 뭐가 좋은데’(책세상)를 펴낸 손주희씨(33·번역문학가)는 현재 우리사회의 독신인프라를 중진국 수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진단한다. “서구에는 독신자를 위한 재테크 생활정보 이성교제정보를 다루는 전문잡지나 관련서적이 많다”면서 “이성교제를 포함한 ‘독신문화’ 측면의 인프라가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독신생활의 성공수칙 독신생활지침서를 펴냈던 ‘프로독신’ 손주희씨는 ‘자유롭고 멋진 독신’이 지켜야 할 수칙으로 다음과 같은내용을들고있다. △‘왜 나는 아직 미혼인가’‘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에 답할 수 있도록 확고한 독신관을 세워라.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따로 살더라도 종종 외식과 쇼핑을 같이 하라. △몰입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라. △식사량을 조절하고 옷차림을 깔끔히 하라.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일을 두려워말라. △자기 분위기에 맞는 단골 카페나 술집을 개발하라. △음악감상 비디오감상 애완동물키우기 등 집에서 할일을 찾아라. △외식에 의존하지 말고 손수 음식을 장만하라. △노후보험이나 연금을 들어 만년에 대비하라. △언제라도 불러낼 수 있는 동성과 이성 친구를 3명이상 확보하라. △이성친구와 관계를 분명히하고 성관계를 갖게 되면 피임방법을 상의하라.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