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룡재벌 「살림 나누기」가속도…소그룹 경영체제 강화

입력 | 1998-02-16 19:31:00


그룹분할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정책으로 ‘해체’위기에 처한 주요 그룹들이 생존전략으로 그룹형태의 변신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룹 자체가 완전히 독립 분리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말하자면 집은 두고 방을 나누는 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룹마다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의 그룹은 소그룹 단위로 쪼개 분할 경영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주요그룹들은 새정부 요구에 따라 그룹총수가 주력사 대표이사로 취임, 소그룹 경영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신 ‘경영평가위원회’ 같은 명칭으로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상시 운영, 소그룹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현재 정몽구(鄭夢九)―몽헌(夢憲) 두 그룹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대그룹은 주력업종별로 그룹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재계는 내다본다. 이는 “그룹은 장기적으로 분할 경영체제로 간다”는 정주영(鄭周永)그룹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다. 정명예회장의 아들들인 ‘몽’자 항렬의 출자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주력사 선정과 지분의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현대 안팎에서는 “그룹의 큰 줄기는 정몽헌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되 형제 회장들은 분가(分家)하는 형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선 주력업종을 몇개의 카테고리로 나눈뒤 나머지는 매각 또는 계열분리하고 경영에 뜻이 없는 대주주는 일선에서 물러나 사외이사로 취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주총에서 그룹후계구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그룹〓이건희(李健熙)그룹회장이 주력사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음으로써 경영형태는 소그룹별 분할 경영 체제가 될 전망. 현재 이회장이 대표이사 취임을 검토하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주력사. 삼성전자는 전자뿐만 아니라 중공업 자동차 등의 대주주로 전자 기계 자동차 소그룹의 주력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융관련, 삼성물산은 독립사업관련 소그룹의 대주주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도 각각 8.6%, 5.8% 지분을 갖고 있는 등 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해 이회장이 삼성생명 대표이사로만 취임한 뒤 다른 소그룹을 원격 경영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관계자는 “당분간은 이회장이 소그룹별로 직할 경영을 하겠지만 시간이 흘러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이 완전해소되면 소그룹들은 보다 독립적인 경영형태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 ▼LG그룹〓구본무(具本茂)회장이 그룹내 모회사격인 LG전자와 LG화학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장기적으로도 분열 가능성은 적은 편. LG전자는 산전 정보통신 반도체 등 전자사업군 주력기업에 출자했고 LG화학 역시 석유화학 실트론 MMA 등 화학계열사들의 지분을 50%이상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분열과 관련, 재계 관심은 구인회(具仁會)창업주와 함께 그룹을 일으킨 허준구(許準九) LG전선 명예회장 일가의 향후 거취문제. 현재 허창수(許昌秀)전선회장과 허동수(許東秀)정유부회장이 허씨 창업지분을 대표해 계열사 경영에 나서고 있으나 실제 지분이 계열별로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향후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가 정착되고 계열 상호지급보증이 해소될 경우 구―허씨간 지분이 계열사별로 정리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본다. ▼대우그룹〓김우중(金宇中)회장은 ㈜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등 3개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주력사를 중심으로 상당수 계열사가 축소 정리될 전망. 대우는 일단 무역 건설 금융 자동차 중공업 전자 전자통신 7개 업종을 주력업종으로 끌고 가되 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3개사가 나머지 업종을 원격 경영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이·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