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4%.’ 17일로 예정된 인가취소를 모면한 20개 종금사들이 바로 생존을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종금사 경영평가위원회가 밝힌 기준은 △BIS 자기자본비율 △유동성 확충계획 △중장기 사업계획 △경영진 불법행위 등이다. 종금사들은 BIS 비율을 3월말까지 4%, 6월말까지 6%, 내년 6월까지 8%로 맞춰야 한다. BIS 비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무상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삼양종금을 시작으로 15개 종금사가 1조6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회사에 적립한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무상증자는 삼양종금 3백억원, 금호종금 50억원 뿐. 나머지는 모두 유상증자다. 경남 쌍용 한화 등 3개사는 이미 인가취소가 확정됐고 11개사가 유상증자를 추진중이다. 종금사들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액면 그대로 믿자면 BIS비율 4%를 못 맞추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신주(新株) 발행가(모두 5천원)보다 높은 종금사는 LG 하나밖에 없다. 주가가 신주발행가보다 낮으면 일반 주주들은 굳이 청약할 이유가 없어 대량의 실권주(失權株)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종금사들은 실권주를 떠안을 주체를 계획서에 써 냈다. 실권주를 인수할 기업들이 과연 거액의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느냐가 문제. 자금난에 빠진 그룹들이 증자 참여업체로 올라있어 경평위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초 신원그룹의 도움을 받기로 했던 대한종금은 신원이 최근 2천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자 부랴부랴 수정 계획서를 작성했다. 고합그룹 자금을 빌리기로 한 한솔종금도 관계사인 ㈜새한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국내에서 우호세력을 찾지 못한 종금사 임원은 “평소 거래가 잦았던 외국계 금융기관에 공동경영을 제의했으나 3월 이후에 검토해보자는 대답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종금업계는 온갖 수단을 동원, 일단 위기를 모면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종금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나중에 어려울때 다시 종금사에 손을 벌리게 될 것”이라며 “유상증자 붐이 다시 종금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