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자금대책은 “우량기업의 파산을 막겠다”는 새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일단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장기불황과 미분양사태에 허덕여온 건설업계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은행대출금의 만기연장은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은행 자율결의 형식을 빌려 시행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행정지도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 실제로 정부는 ‘금융시장안정 및 기업애로 타개대책단’을 통해 은행들의 만기연장률을 조사하고 연장률이 낮은 은행을 독려하는 등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게다가 만기연장 조치는 재정경제원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선 새정부가 말로는 시장주의를 내세우면서 관치금융 관행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양상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나온다. 은행의 마구잡이식 대출금 회수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만기를 연장하는 조치도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자칫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팽배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한계기업을 연장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최악의 경우 은행이 만기연장으로 손해를 입을 경우 정부가 공기업매각자금 등 특별재원을 마련해 보전해주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중이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