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진통 끝에 정리해고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제통화기금이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 회복을 위해 강도 높게 요구해 온 이행과제 하나를 해결한 것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뿐만 아니라 이로써 우리의 노사관계 제도가 국제관행에 맞게 고쳐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고통분담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첫 실천에 옮겨졌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제도의 무리없는 운용과 정착이다. 그러잖아도 우리의 실업자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구직자 수가 하루 3천명을 넘고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1천5백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달새 무려 43%나 늘어난 수준이다. 여기에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인한 감원규모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그것이 새로운 갈등과 마찰을 부르게 될지 모른다. 노동계의 우려와 반발을 달래며 어렵게 도입한 제도다. 그 순기능이 최대한 살 수 있게 기업과 정부의 각별한 정착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는 근로자의 편법고용이나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제도가 결코 아니다. 그 근본 목적은 기업경영에 유연성을 둠으로써 기업의 도산을 예방하고 다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회생할 기회를 주자는 데 있다. 노동계가 곤혹스러우면서도 이 제도 도입에 동의한 것은 그와 맞바꾸기로 노조의 정치참여 허용 또는 전교조 합법화약속 등을 받아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기업도산으로 인한 더 큰 규모의 실업을 막는 차선책으로 이 제도를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를 대량해고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면 노사정 합의 위배일 뿐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배신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정리해고의 법적 기준과 절차가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정부의 엄격한 감시가 있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엄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기업의 해고기피 노력과 함께 고통분담차원의 대기업 구조조정약속도 차질 없이 이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근로자에게 실직이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고통이자 슬픔이다. 그 가족의 절망과 실업의 사회적 부담을 생각할 때 정부가 늘려 마련하기로 한 6조원의 실업대책자금은 넉넉한 규모가 결코 아니다. 재정형편상 증액이 쉽지 않다면 금리 차액을 재정에서 메우는 방법으로라도 저리의 생계자금과 사업자금을 확대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적극 검토해야 한다. 관련법안의 국회통과로 경영계가 요구해온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는 마침내 도입되었다. 이제는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해 보일 차례다. 그럼으로써 정리해고자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