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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막판 줄다리기…기획예산처 소관문제 『양보못한다』

입력 | 1998-02-16 20:06:00


여야간 힘겨루기로 회기를 이틀 연장, 제188회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 된 16일에도 여야는 여전히 마지막 쟁점인 기획예산처 소관문제를 놓고 온종일 줄다리기를 벌였다. ○…여야는 당초 이날 오전 6인협의회를 갖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불참을 통보, 오후3시20분경에야 첫 대좌를 가졌다.국회의장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3당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들은 또다시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느냐, 국무총리실이나 재정경제부에 두느냐는 논란을 벌였다. 이 바람에 본회의는 오후2시에서 4시, 6시로 잇따라 연기됐다. ○…국민회의는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면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 헌법의 기본구조와 정신에 어긋난다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처장을 정부위원으로 임명해 국회에 출석하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총무가 “여당에서 박권상(朴權相)정부조직개혁심의위원장을 동원, 외곽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서도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기획예산처를 ‘기획처’와 ‘예산실’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총재는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겠다는 것은 과거 경제기획원을 축소해 청와대로 가져가겠다는 발상으로 법체계에는 물론 정치권력 분산요구에도 합당한 모양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획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경제특보와 함께 경제기획기능을 담당토록 하면 김차기대통령측에서도 만족할 것”이라며 “이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박총무는 “결국 예산업무를 재경원에 맡긴 현행 체제와 같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해 수용 불가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이총무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여당으로부터 새로운 제의가 없는 한 더이상의 진전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총무는 “기획예산처장을 국무위원으로 해서 국회의 통제 아래 둔다면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안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특히 박정개위원장이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으로부터 분리하려는 한나라당 방침을 비판한 것과 관련,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국회에서 심의중인 안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면서 영향을 미치려 하느냐”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토로했다. 그는 “여당은 15일 6인협의회를 비공개로 열어 흉금을 털어놓자는 우리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회의시간과 장소를 언론에 흘렸다”며 여당측 협상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15일 협상과정에서 기획예산처의 기획 기능은 청와대로, 편성 집행기능은 재경부로 분리하는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없었다. 다만 ‘청와대가 예산특보를 두고 싶으면 둘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강경대치에도 불구하고 국회주변에서는 회기를 연장까지 한 마당에 무슨 수를 내서라도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날 오후 6인협의회 도중 잠깐 바깥에 나온 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는 “한나라당측에서 박정개위원장의 기자회견을 우리가 시킨 것으로 알고 발끈한 것 같다”며 “회담분위기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국민회의 박총무도 이날 오전 “야당과 완전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10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농담을 던져 결국 회기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가까스로 타결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이총무는 박정개위원장이 지난해 7월 모 월간지에 기고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프랑스식 반(半)대통령제로 바꾸자’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이 기고문은 ‘국회가 입법 예산기능에 독립성을 갖고 미국처럼 인사청문회를 두어 주요 인사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박제균·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