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힘겨루기로 파행운영된 이번 임시국회는 이후 정국기상도가 계속 ‘흐림’으로 점철될 것임을 예보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당측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한계를 뼈저리게 절감했다. 반면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은 대선패배의 무력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다수당의 위력을 과시했다. 신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했지만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마스터플랜을 차례차례 마련해가고 있던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은 당혹감을 던져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즉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 등 태산같이 많은 할 일 속에 거야(巨野)가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김차기대통령이 심각하게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정가, 특히 여권 주변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맛본 ‘여소(與小)의 설움’이 ‘의원 빼가기’와 ‘부분적인 사정’으로 연결되면서 정국구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측은 그동안 구태의연한 의원빼가기나 인위적인 사정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느낀 여권의 무력감은 이런 방침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을 만큼 심각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눈앞에 다가온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의 총리인준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당론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향후 정국전개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야는 ‘JP총리인준 정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작스럽게 빠져들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일각에서 JP인준 찬성론이 나오고 있어 JP총리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를 결정할 경우 여야간 가파른 대치국면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칼자루를 쥔 여권으로서는 비상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3월10일로 일단 예정돼 있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4월의 재선거 및 보궐선거, 6월의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도 여야를 ‘대화’보다는 오히려 ‘충돌’쪽으로 치닫게 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