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벌였으니 춘향전에 얽히고 설킨 우리 것이라면 있는대로 다 보여주고 한번 푸지고 거창하게 놀아보자. 장장 6시간 공연이란 완판 대창극 춘향전을 보러 극장 안에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은 길어봐야 3시간 반 정도다. 그런데 6시간 동안 공연을 한다고 하니 지루하고 짜증날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라면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유가 뭘까. 내용이 우선 우리 겨레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는 민족의 대서사시 춘향전이기 때문이었다. 수백번을 들어도 춘향의 이별장면에는 눈물이 나고 어사 출또에서는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얼마나 슬프고 기쁘고 감격스런 얘긴가. 그런 얘기를 가지고 국보급 명창들을 다 동원하여 창극의 총집대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감동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 창극이라면 6시간이 아니라 한나절을 해도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을 것 같다. 몇년 후면 창극탄생 1백주년이 된다. 형식이나 정통성을 두고 시비도 많았지만 이번 공연으로 민족극으로 완전한 자리매김을 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듯 싶다. 물론 보완했으면 하는 점도 있다. 대작이면 압도하는 장중함이 있어야 하겠는데 선이 가늘고 산만하다. 기왕지사 남녀창의 높낮이 벽을 허물었으면 아예 과감하게 배경창이나 대합창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좀더 새로운 무대미술과 다양한 조명의 기교를 살렸으면 싶었다. 아무려나 요새처럼 살맛 안나는 세상에 우울하고 짜증나는 사람은 모두 국립극장으로 가서 6시간 동안 울고 웃으며 풀고나면 살맛을 되찾을 것 같다. 26일까지 평일 1부 오후4시 2부7시, 토 일 1부3시 2부6시. 유현종(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