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있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수하르토대통령(76)이 7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도네시아 국민은 수하르토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채 부통령에 더 관심을 보낸다. 수하르토가 고령인데다 건강이 나빠 대통령에 선출된다 해도 다음번 임기 5년을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3월 대선의 유력한 부통령후보인 B J 하비비 과학기술장관(61)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경우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후 최초의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집권 골카르당이 부통령 공동후보로 지명했던 하르모코 골카르당의장이 16일 국익을 위해 하비비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후보를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또 원내 제2당으로 야당인 통일개발당까지 하비비를 부통령후보로 지명, 인도네시아의 정 부통령을 뽑는 국가협의회 의원 1천명 중 90% 이상이 친(親)수하르토 성향이어서 집권당 후보로 출마만 하면 당선은 100% 보장된다. 하비비는 ‘수하르토의 큰 아들’이라고 불릴 만큼 수하르토와 가깝다. 20대에 독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독일 항공사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수하르토의 요청으로 귀국, 지금까지 20년째 과학기술장관을 맡고 있다. 하비비의 부통령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군부.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 집권이래 줄곧 부통령을 군출신이 맡아왔다. 이 때문에 ‘포스트 수하르토 시대’를 민간인이 맡게 될지도 모를 부통령 자리를 군부가 쉽게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