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힘내라.’ ‘신안(新安)섬사람도 파이팅.’ 며칠후면 대통령직을 주고받는 김영삼대통령(YS)과 김대중차기대통령(DJ)의 이야기가 아니다. 98년 한국 프로바둑계를 빛내줄 젊은 두 명의 프로기사에게 바둑팬이 보내는 기대와 갈채다. 최근 승단에서는 5명의 기사가 단위를 하나씩 높였다. 현직 대통령과 한글이름이 같은 김영삼(金榮三·24)2단은 3단으로 올랐고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동향인 전남 신안군 출신 이세돌(李世乭·15)초단은 2단이 됐다. 이밖에 김승준(金承俊)5단은 6단으로, 박승문(朴勝文)4단은 5단으로, 이현욱(李賢旭)2단은 3단으로 각각 올랐다. 프로에게는 두말할 것 없이 수입이 우선이지만 몇단이란 호칭 역시 돈에 비길 만한 권위를 지닌 것이 엄연한 현실. 권력무상(權力無常)의 YS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DJ를 ‘지는 해’ ‘뜨는 해’로 비유하기도 하나 김영삼3단과 이세돌2단은 호랑이 등을 탄 기세로 욱일승천(旭日昇天). 세계최강의 이창호(李昌鎬)9단의 두꺼운 방벽을 뚫을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신병기’로 분류되는 ‘위험인물’들이다. 두 사람의 승단은 본인들에게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 팬들에게도 기쁨을 주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93년 5월 프로에 입단한 김영삼3단의 고향은 경기도. 그는 11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한 바둑계의 명가 ‘허장회(許壯會)도장’의 맏형이다. 입단후 6개월간 30승9패로 다승1위, 승률1위(76.9%)를 기록했던 ‘공포의 초단’. 당시 그와 바둑판을 마주한 뭇선배들은 ‘이까짓 애숭이 쯤이야’하면서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94년 2단으로 올라서도 돌풍은 이어져 이해에 5단이하 저단진 기사 중 다승 1위를 기록했다. 95년 현역으로 군복무를 시작하며 팬들로부터 멀어졌다. 지난해 기계에 복귀한 그는 10연승을 기록, ‘강한 군인정신’이란 ‘덤’까지 받았음을 증명해 보였고 이번에 3단진에 합류했다. 이세돌2단은 이름대로 돌이 세다. ‘돌격형’ ‘속기파’ ‘수읽기에 능한 천재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전남 신안군 외딴 섬 비금도 출신으로 형은 프로3단(이상훈)이고 누나는 아마5단(이세나)인 3남매 바둑신동 집안의 막내. 지난해 4월 제2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6연승을 거두며 세계24강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 세계최연소(14세1개월) 본선진출 기록을 수립했던 화제의 주인공이다. 95년 제8회 후지쓰배 때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이 세운 15세1개월 기록을 1년이나 앞당긴 것. 이2단은 가공할 공격력을 앞세워 지난해 승률 73%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는 제8기 신인왕전에서 한국바둑계 최대 명문 조남철(趙南哲)가의 ‘황태자’이자 전년도 신인왕인 이성재(李聖宰)4단을 누르고 승자결승에 진출, 신인왕 용상에 한발 다가섰다. 이창호를 이을 차세대 신인 김영삼3단과 이세돌2단은 아직 대적한 적이 없다. 이2단이 입단했을 때 김3단은 군복무중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두 기사는 필연코 만날 것이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좁기 때문이다. 〈조헌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