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로 결혼문화까지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마련한 ‘98 웨딩페어장’을 찾은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가 IMF로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할 계획이라고 한다.실제로 예식장들은 토요일에도 ‘파리를 날리고’ 이미 예약된 결혼식도 취소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4월에 잔뜩 밀려있던 해외 신혼여행의 예약 부도율이 70%를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이해가 되는 일이다. 우선 은행대출이 막혀 전세자금 마련도 여의치 않고 직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결혼쯤은 좀 연기하면 어떠랴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다 결혼 후 직장을 잃게 될 경우 배우자에 대한 안쓰러움까지 떠올리면 차마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IMF 시대에도 건전한 소비는 장려돼야 하듯 이런 때일수록 결혼도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헛배만 불려온 우리 결혼문화의 거품을 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경제한파가 무슨 대수인가. 집이 없다면 당분간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예식비가 부담스러우면 무료예식장을 이용하면 된다. 가까운 온천이나 절경을 찾아가는 신혼여행도 괜찮을 것이다. 예물은 분수에 맞추고, 예단은 차제에 아예 생략해 버리면 어떤가. 그동안 우리 결혼에는 거품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평균 혼례비용은 한쌍에 7천7백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세계 최고수준이다. 한해 평균 40만3천쌍이 결혼을 하고있으니결혼에들이는 돈만 해도 연간 25조3천억원이나 된다. 이 돈이면 IMF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IMF를 빨리 졸업하기 위해서도 알뜰한 결혼은 장려돼야 한다. 그래서 경제도 살리고 결혼문화의 기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치스런 웨딩드레스와 과다혼수, 분에 넘치는 피로연, 경쟁적으로 떠나는 해외신혼여행…. 이런 것만 없앤다면 결혼을 부도낼 이유가 어디 있는가. 결혼을 연기한다고 어려운 경제가 살아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나라는 있을지언정 결혼의 모라토리엄을 내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이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