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심해질수록 업체들의 판촉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해진다. 기존 상식을 믿다간 깨지기 일쑤. “예사 불황이 아닌 만큼 마케팅 전략도 종전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의류업체인 신원은 이달부터 에벤에셀 베스티벨리 등 자사 브랜드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엉뚱하게도 흑미(黑米)를 사은품으로 선물하고 있다. 이 회사 영업직원은 “다른 업체들처럼 액세서리나 화장품으로는 너무 밋밋하잖아요. 뭔가 색다른 것을 줘야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것 아니에요”라고 설명. 가만히 있어도 손님이 몰려왔던 백화점도 요즘 많이 달라졌다. 고급매장은 찬바람이고 반들반들 윤이 나는 매장에는 벼룩시장이 들어서 헌옷가지나 중고품을 쌓아놓고 있다. 신세계 그랜드 삼성플라자 등이 이미 벼룩시장을 개설했고 다른 백화점들도 따라올 움직임이다. 연중무휴도 백화점의 새 풍경. 올해 대부분 대형 백화점은 8일간만 쉰다. 지난해까지 주 1회 꼬박꼬박 쉬었던 롯데와 현대 백화점은 올해는 명절 연휴 외에는 무휴영업을 한다. 그레이스 그랜드 경방필 애경 등 중소백화점도 휴일없이 영업을 한다. 50∼60% 세일은 예사고 아예 90%가 넘는 ‘무가격 세일’도 등장했다. LG백화점 부천점은 매장에 ‘미니 동사무소’를 차렸다. 호적등본, 지방세 납입증명 등 2백15종의 민원서류를 발급해 주는 서비스를 이달부터 제공하고 있다. 오지 않는 손님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길거리 마케팅’도 유행이다. 서울 무교동 한 유흥업소는 종업원들을 인근 사무실에 돌려 “손님을 끌어오라”고 다그치고 있다. 강남의 한 음식점은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가격할인 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LG패션 디자이너들은 주말이면 사무실을 나와 매장을 돌아다닌다. 이들은 매장에서 직접 소비자들과 만나 적당한 옷을 코치해 주는 등 ‘일일 판매원’ 역할을 한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