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의 차명거래를 통해 4천여만엔의 부당이득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아온 한국계 4선의원인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50) 일본중의원 의원이 19일 자살했다. 그는 이날 중의원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투숙중이던 호텔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그는 이날 부인과 함께 투숙하고 있던 도쿄(東京) 퍼시픽 도쿄호텔 방에서 부인이 집에 짐을 가지러 간 사이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 오후 1시경 호텔에 돌아온 부인이 발견, 현장에서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오후 3시40분경 숨졌다. 그는 18일 부인과 함께 이 호텔에 투숙했었다. 자살동기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검찰이 자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채 체포를 위한 절차를 밟아온데 대해 강력히 반발해왔다. 그는 또 이번 수사가 일본사회의 약자인 ‘한국계 정치인’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불만도 간간이 표시해 왔다. ▼‘아라이스캔들’ 개요 및 수사상황〓아라이의원은 95년 닛코증권에 친지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증권사가 특별관리하는 주식거래를 통해 4천여만엔의 이익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일본 검찰은 “닛코증권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아라이의원이 대장성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압력을 넣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검찰은 19일 현역의원인 아라이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중의원에서 통과되는대로 이날밤 그를 체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아라이의원은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수익을 올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닛코증권에 부당이득을 제공토록 압력을 가한 사실은 계속해서 부인해 왔다. 그는 특히 “검찰에 부당이득 압력을 부정하는 닛코증권 관계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까지 전달했는데도 체포하려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라이의원 누구인가〓일본에 귀화하긴 했지만 현재 유일한 한국계 일본 현역의원. 재일교포 2세로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일본 관료의 꽃’인 대장성 관료를 거쳐 정계에 입문, 40대에 이미 4선의원에 당선될 만큼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 대학졸업 뒤 ‘육체노동의 확실함’에 매료돼 좋은 직장을 모두 뿌리치고 신일본제철에 노동자로 입사해 용광로에 불 때는 작업을 하면서 상급시험(행정고시)에 합격, 대장성에 들어간 일화는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일본 자민당 거물이었던 고(故) 와타나베 미치오(渡邊美智雄)가 대장상일 때 비서관으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와타나베는 예산수치를 모두 기억하는 그의 뛰어난 머리와 깔끔한 일처리에 매료돼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종용했다. ‘한국계 일본인’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자민당 공천으로 86년 총선에서 38세의 젊은 나이로 첫 당선된 그는 진보성향 자민당 소장파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자민당에서 신진당으로 옮겼다가 무소속을 거쳐 자민당에 복당하는 등 몇차례 당적을 옮기면서 최근 정치적으로 외로운 처지였다. 또 표면적으로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그가 한국계라는 사실도 여러모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